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하루 50% 폭락’에 대비하기 위한 파생상품 거래도 급증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크래시 풋(Crash Put·혹은 클릭트)’이라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통상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기초자산의 2배, 또는 3배 수익률을 내기 위해 대형 은행(IB)과 스왑 계약을 체결한다. 운용사는 IB에 자금 조달 비용(기준금리+마진)과 수수료를 지불하고, IB는 해당 종목의 2배 수익률을 운용사에 보장해 주는 구조다. IB 입장에서 이 같은 스왑 계약은 매력적인 ‘알짜 수익원’이다. 주가 방향에 관계없이 운용사로부터 이자 마진과 수수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 하루 만에 주가가 50% 이상 폭락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2배 레버리지 ETF는 기초 주가가 하루에 50% 떨어지면 ETF 자산 가치가 ‘0원(전액 손실)’이 된다.
만약 주가가 50%를 넘어 60%, 70%까지 주저앉을 경우, ETF 자산은 0원이 돼 더 이상 손실을 메우기 어렵게 된다. 결국 스왑을 제공한 IB가 계약상 남은 손실을 자사가 전부 메워야 하는 치명적인 위험, 이른바 ‘갭 리스크(Gap Risk)’를 뒤집어쓰게 된다.
한국 증시엔 하루 상한가와 하한가 제한(±30%)이 있지만, 연속으로 하한가를 맞거나 장 마감 후 악재로 거래가 정지된 뒤 이튿날 시초가가 형성될 때 이 같은 폭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에 IB는 이런 위험을 외부에 넘기기 위한 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IB는 고수익을 노리는 외부 헤지펀드 등 투자자에게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급한다. 대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기초자산 주가가 하루에 50% 이상 폭락하면, 그 손실을 투자자가 대신 물어내도록 조건을 거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루 50% 폭락이라는 희귀한 확률에 배팅해 높은 이자를 챙기는 ‘고금리 채권’처럼 활용하고, IB 입장에서는 스왑 수수료를 챙기면서 폭락 리스크는 깔끔하게 외주화(재보험)하는 셈이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의 하루 50% 이상 폭락 위험을 담보하는 ‘크래시 풋’을 투자자들에게 제안하며 최대 연 14.2%~20%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BNP파리바 역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대상 6개월 만기 갭 풋 상품에 각각 최대 6.5%, 5.5%의 프리미엄을 내걸었다.
레버리지 ETF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2500억 달러(약 350조원) 규모로 커지면서 이 같은 파생상품 거래도 덩달아 확대되고 있다. 자누스 헨더슨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 매니저 나타샤 시블리는 “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이렇게 높은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엔비디아, 테슬라 등 변동성이 큰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대거 몰리면서 파생상품 시장의 복잡성과 불투명성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상장 장외거래(OTC) 특성상 전체 거래 규모 파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얽힌 레버리지 상품 구조상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언 라몬트 아카디안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레버리지와 복잡한 거래 상대방이 얽혀 있는 파생상품 구조는 언제나 금융 안정성에 위협이 된다”며 “베일에 가려진 중복 레버리지가 시장 위기 발생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