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비트코인(BTC) 약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의 주도권이 개인투자자에서 기관투자자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등 월가 기관들이 시장의 핵심 유동성 공급자로 자리 잡으면서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트레이딩 업체 윈터뮤트(Wintermute) 보고서를 인용해 2026년 상반기 장외거래(OTC) 현물 거래량의 72%를 기관투자자가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 59%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기관이 시장 유동성 주도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체 디지털자산 거래량은 감소했지만 기관투자자의 비중은 오히려 확대됐다.

윈터뮤트는 이 같은 변화가 월가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주요 유동성 공급자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시장을 주도하는 투자 주체가 개인에서 기관으로 바뀌면서 과거 디지털자산 시장의 특징이었던 극심한 변동성도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윈터뮤트는 보고서에서 “디지털자산 시장은 기관 중심의 시장 구조로 진입하고 있으며 자본은 점점 더 집중되고 있다”며 “파생상품의 역할이 커지고 토큰화 자산의 2차 시장 거래도 의미 있는 규모로 성장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현물 대신 ETF·파생상품 선호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관들은 디지털자산을 직접 매수하기보다 파생상품과 구조화 상품,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시장에 투자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다.

윈터뮤트에 따르면 알트코인 옵션 거래량은 지난해 하반기보다 세 배 이상 증가했다. 다만 유동성은 일부 주요 토큰에 집중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졌다.

기관은 선택과 집중

윈터뮤트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기관투자자가 거래한 토큰 종류는 2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개인투자자가 거래한 토큰 종류는 같은 기간 76% 늘었다.

알리스테어 바이어스-페리 21셰어즈(21Shares) 유럽·중동·아프리카 자본시장 및 투자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자산운용사와 자산관리회사들이 이전보다 훨씬 철저하게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세장도 달라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12만6000달러를 웃도는 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약 50% 하락했다.

하지만 이번 하락은 과거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반복됐던 급격한 폭락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격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대신 비교적 완만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콜트먼 21셰어즈 매크로 책임자는 블룸버그에 “이제 디지털자산은 다른 자산군과 비슷한 방식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바닥을 확인한 것은 항상 나중에야 알 수 있다”며 “현재는 바닥을 형성하고 있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미래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도 여전히 매수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30세 구급대원 애덤 포토먼은 최근에도 비트코인을 추가 매수했다.

그는 마이클 세일러의 발언을 인용해 “변동성은 사토시가 신자들에게 준 선물”이라고 말했다.

포토먼은 “내 확신이 흔들렸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면서도 “세상이 더 불안정해졌고 우리는 여전히 이 자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배우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