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작업을 유럽 국가들이 수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외국의 기뢰 제거 참여를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미국과의 협상 재개와 해상 운송 정상화를 위한 절충안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최근 비공개 협의에서 유럽 국가들의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계획은 휴전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이란이 참여 함정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동의도 필요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은 그동안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는 자국이 단독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실제로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교차관은 지난 6월 X(옛 트위터)를 통해 “기뢰 제거는 오직 이란이 수행하며 다른 국가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 주도의 기뢰 제거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최근 수주간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테헤란이 유럽 국가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에 이전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 같은 변화가 해운업계와 해상보험업계에 제3자의 안전 보증을 제공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5개월 넘게 이어진 군사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국제사회의 신뢰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국가들의 기뢰 제거 작업은 이란이 참가 함정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며 현재의 휴전이 지속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소식통들은 혁명수비대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는 기뢰 제거를 외국에 맡길 것이 아니라 이란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은 해협 운영권과 통항료 징수 권한을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카타르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날 호르무즈 해협과 관련한 어떤 형태의 합의가 임박했다고 밝힌 점에도 주목했다.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단기 합의 초안이 마련돼 당사국들 사이에서 회람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전날 이란에 “마지막 기회”가 남아 있다며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습을 재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룸버그는 향후 협상의 성패가 호르무즈 해협 남쪽 연안을 접하고 있는 오만과 이란 간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양측은 해협의 새로운 중앙 항로 설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해당 구역에도 기뢰가 설치된 것으로 추정돼 실제 항로 정상화에는 추가적인 기뢰 제거 작업이 필요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 미국은 에너지 수송 정상화를 위해 동맹국들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성을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영국과 프랑스에 국제회의 개최를 제안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