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심영재 특파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데이터센터 핵심 부품의 미국 내 사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 패권 경쟁이 반도체를 넘어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로 확산되면서 미·중 기술 디커플링(탈동조화)이 한층 심화하는 양상이다.

크립토폴리탄은 4일(현지시각) 로이터를 인용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통신위원회(FCC)를 통해 중국산 광트랜시버를 포함한 데이터센터 핵심 부품의 미국 내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광트랜시버는 데이터센터 내부 광섬유망에서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핵심 장비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을 수행하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의 네트워크 성능을 좌우하는 필수 부품으로 꼽힌다.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이번 규정은 아직 초안 단계지만 시행될 경우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는 중국산 핵심 네트워크 장비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미국은 지난 1년 동안 중국의 AI 산업을 겨냥해 반도체와 첨단 장비, 소프트웨어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해왔다. 이번 조치는 규제 범위를 AI 인프라 장비까지 확대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AI 핵심 인프라 보호”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해외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핵심 인프라에 접근할 경우 첨단 AI 모델의 정보 유출이나 악성코드 삽입, 서비스 교란 등 다양한 보안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크립토폴리탄은 악시오스(Axios)를 인용해 지난해 연구진이 중국 유니트리(Unitree Robotics)의 사족보행 로봇 ‘고원(Go1)’에서 원격 접속이 가능한 백도어를 발견했던 사례도 미국 규제 당국의 우려를 키운 배경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AI 데이터센터 전력망에 사용되는 중국산 전력 인버터에 대해서도 보안 우려를 제기해왔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6월 중국 광트랜시버 업체 중지이 이놀라이트(Zhongji Innolight)를 중국 군과 연계된 기업 명단에 포함했다. 이 회사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광트랜시버 시장의 약 27%를 차지하는 주요 업체다.

크립토폴리탄은 규제가 시행되면 코히런트(Coherent)와 루멘텀(Lumentum) 등 미국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이들 기업 역시 시장 수요를 모두 충족할 만큼 생산능력을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중국 “필요한 모든 조치 취할 것”

크립토폴리탄은 스트랫뉴스(StratNews)를 인용해 주미 중국대사관이 미국의 규제 추진을 비판하며 중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대사관은 중국의 이익이 침해될 경우 “필요한 모든 조치(all necessary measures)”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앞서 미국의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 수입 제한 조치에도 희토류 공급망을 활용한 대응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소프트웨어 규제 논쟁도 병행

크립토폴리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중국 오픈웨이트(Open-weight) AI 모델에 대한 규제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이 중국 AI 모델을 금지하기보다 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AI 스타트업도 저렴한 중국 AI 모델 사용을 제한하면 오히려 미국 개발자들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