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이 임대주택 공급을 위축시켜 세입자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학계에서 제기됐다.
한국재정학회는 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획재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을 평가하는 전문가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정부가 이번 개편안을 통해 공평 과세와 세제 정상화를 추진한다고 설명했지만, 정책 목표와 기대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입을 모았다.
심혜정 전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은 “정부는 공평 과세를 강조하지만, 어느 수준의 보유세가 공정한 것인지부터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며 “정책 목표가 소득과 부의 재분배인지, 부동산 가격 안정까지 포함하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 사회를 맡은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정부는 공정 과세를 위한 조세 개혁이라고 설명하지만, 많은 국민이 당황할 정도로 한쪽에 치우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세제 개편이 오히려 주택 공급 부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성명재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집값 상승의 근본 원인은 공급 부족인데도 개편안은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추면서 결과적으로 공급을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재산세 강화에 치중했을 뿐 소득세 등 보다 근본적인 세제 개편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노동시장의 원활한 이동은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며 “공정 과세를 명분으로 거주 이전이 제한되면 노동시장 효율성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주택 공급 감소가 무주택자의 주거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성 교수는 “자가 보유·거주 비율이 약 55%라는 것은 나머지 45%는 다른 사람이 보유한 주택에서 거주한다는 의미”라며 “모든 주택을 실거주 목적만으로 보유하도록 유도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줄어 무주택자의 선택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보유특별공제는 집주인이 직접 거주하지 않더라도 장기간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측면도 있었다”며 “보유 공제를 없애고 실거주만 우대하면 자가 거주자는 보호할 수 있겠지만, 임대주택 공급 감소에 따른 부담은 결국 세입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성 교수는 또 “재산세 부담을 높이면 집값이 일시적으로 조정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가격 상승을 막기는 어렵다”며 “공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세금으로 수요만 억제해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다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공정 과세를 내세우지만 무엇이 공정한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이 있다”며 “세제 개편이 세입자에게 미칠 영향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주택자 가운데는 투기 목적도 있지만 임대사업을 위한 보유도 적지 않다”며 “다주택자를 모두 투기 세력으로 전제한 채 제도를 설계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