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그래픽처리장치(GPU) 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직접 쌓는 차세대 메모리 ‘zHBM’을 전격 공개했다. 인공지능(AI) 시대 최대 난제로 떠오른 메모리 반도체 ‘병목’을 3차원(3D) 구조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승부수다.
zHBM은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로직 반도체, 첨단 패키징, 파운드리 역량까지 모두 갖춘 삼성전자 기술 경쟁력을 집약한 제품인 셈이다. ‘기술의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 최대 메모리·스토리지 콘퍼런스 ‘FMS 2026’에서 zHBM 콘셉트 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HBM과 GPU를 나란히 배치하던 2.5차원 구조를 벗어나 HBM을 GPU 위에 직접 올리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2028년 이후 상용화 예정인 HBM5보다 최대 4~8배 높은 성능과 3배 이상의 전력 효율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발열 역시 50% 이상 줄어들 전망이다.
김경윤 삼성전자 D램개발실 상무는 이날 기조강연에서 “삼성이 돌아왔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기존 HBM은 메모리와 연산장치 사이에 물리적 거리를 더 줄이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HBM을 프로세서 위에 직접 올리는 3D 구조로 전환해야 새로운 수준의 성능과 효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이어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지난 2년간 추론 토큰 사용량이 100배 이상 증가하면서 메모리가 AI 시스템의 가장 큰 병목이 되고 있다”며 “새로운 구조의 메모리를 통해 이러한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날 업계 최초로 400단 이상 V10 V낸드와 온디바이스 AI용 ‘zNAND-O’도 함께 공개했다. 현재 200단 수준이 최고인데 이를 2배로 높였다.
zNAND-O는 대형 AI 모델 전체를 D램에 저장하는 대신 자주 읽는 모델 데이터를 낸드에 저장하는 새로운 메모리 구조다. 같은 AI 성능을 유지하면서 메모리 비용을 기존 D램 기반 시스템의 6분의 1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진엽 삼성전자 부사장은 “메모리와 로직, 파운드리, 패키징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이라며 “AI 반도체 토털 솔루션으로 미래 AI 혁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